재활용 체계로는 풀리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시장에 초기 투자가 향했다. 인천에 본사를 둔 다시물결은 PHA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컴파운딩 기술 REO™를 앞세워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과제를 수행 중이다. 김형조 다시물결 대표는 회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양식용 부표, 농업용 자재 등의 소재 자체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재활용 사각지대를 겨냥한 투자 논리
다시물결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문제 정의는 명확하다. 순도가 높거나 회수가 쉬운 제품은 기존 재활용 체계로 처리할 수 있지만, 복합 소재이거나 사용 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은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문제는 쓰임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재활용은 순도가 높거나 회수가 쉬운 제품에는 효과적이지만 복합 소재나 회수가 어려운 제품은 현실적으로 재활용하기 어렵죠. 양식용 부표나 농업용 자재처럼 사용 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점이 다시물결의 사업 전략과 맞닿는다. 소재 자체보다 회수가 어려운 사용처를 먼저 찾고, 그에 맞춰 물성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개발한 REO™는 PHA 등 생분해성 고분자를 제품 용도에 맞게 배합해 물성과 가공성을 조절하는 독자 컴파운딩 기술이다. PHA는 토양과 해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생분해되며, 산업 퇴비화 환경이 필요한 PLA와는 성질이 다르다.
인증과 실증으로 입증한 상용화 단계
초기 투자 유치 이후 다시물결이 보여준 것은 실험실 수준을 넘어선 상용화 성과다. 회사가 개발한 해양 생분해성 부표는 해양수산부의 인증부표 심사를 통과했고, 인도네시아 정부 산하 기관과 협력해 현지 실증까지 진행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인증을 받았을 때도 의미가 컸지만 제품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기술이 논문이나 연구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제품군도 부표에서 3D 프린팅 필라멘트, 완효성 비료 코팅제로 확장됐다. 이런 확장은 인천 본사와 자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체계를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투자 유치 자금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 체계 구축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폴란드·멕시코로 이어지는 사업 확장
다시물결은 국내 인증과 인도네시아 실증을 발판 삼아 폴란드와 멕시코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을 소재 단계에서부터 해결한다는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도 유효할지가 다음 단계의 관건이다. 김 대표는 생분해 소재에 대한 시장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생분해 소재는 약하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지만 기술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는 소재가 아니라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라스틱을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플라스틱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시각이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과 산업에서 사라질 수 없는 소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플라스틱을 만들 것인가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프리시리즈A 이후 다시물결이 그리는 사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회수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좁은 틈새에서 출발해 성능 경쟁력을 갖춘 소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어질 투자 유치와 해외 사업 성과가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